교육재정, 이제는 몸에 맞는 옷으로 바꿔야 한다
대한민국 교육재정은 줄곧 초·중등에 쏠려 왔고, 그 그림자는 고등교육의 빈곤으로 이어졌다. 그 출발점은 1972년 제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있다. 당시 정부는 산업화·도시화의 급속한 진전 속에서 초등학교 무상교육 조기 달성과 중학교 의무교육 확대를 국가적 과제로 삼았다. 지역마다 교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격차가 심각했기에,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이 선택된 것이다. 이 제도는 교원 급여와 학교 운영을 안정화시켜 초·중등 교육의 확대와 보편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성과가 크다.
그러나 고등교육은 교부금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 결과 대학은 안정적 재원 없이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되었고, 이는 오늘날 고등교육 재정 불균형의 ‘구조적 원인’이 되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2023년 568만 명이던 유·초·중·고 재학생은 2024년 513만 명으로 10% 이상 줄었지만, 2024년 유아 및 초·중등 교육 예산은 2024년 73조 7천억 원으로 편성되어 있다.
반면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에 지원되는 예산은 교육부 소관 고등교육 부문과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고특회계)를 합쳐도 15조 원을 넘지 못한다. 이 중 5조 원은 국립대 운영비, 5조 원은 국가장학금, 2조 원은 국립대 사업비로 쓰인다. 전국의 사립대·전문대학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몫은 3조 원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학생 수는 유·초·중·고 재학생 513만 명,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학생은 300만 명으로 6대 4인데, 예산은 8대 2다.
이처럼 학생 수는 줄고 있는데 예산은 불어나는 구조는 “몸에 맞지 않는 옷”과 다를 바 없다. 아이는 자라지 않는데 옷만 커져 버리니 결국 걸음조차 불편해지는 꼴이다. 초·중등 교육재정은 남아돌아 매년 5~8조 원이 이월·불용 처리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일부 언론에서는 교육청이 예산 집행 과정에서 건물 개·보수나 기자재 구입, 현금성 지원 등에서 불필요한 사례가 나타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반면 대학은 오랜 기간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급감으로 심각한 재정 고사 상태에 놓여 있다. 지역대학 상당수는 정원 미달로 존립이 위태롭고 수도권은 청년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지방을 비워내고 있다. 지역은 청년을 잃고, 결국 지역소멸로 이어진다. 헌법 제31조가 보장한 교육기본권은 초·중등에 한정되지 않는다. 대학과 직업·평생교육까지 포괄하는 권리다. 지금처럼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계속 입고 있다면 교육기본권은 공허한 선언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중앙정부와 지방 간 교육 거버넌스를 다시 짜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라이즈재구화’ 등의 시행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라도 교육거버넌스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교육부와 지역교육청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교육부는 국립대학 관리, 대학입시 정책, 국가 차원의 품질관리와 기본재정을 맡고, 지역교육청은 사립·전문대학을 관할하며 지역 맞춤형 지원을 통해 ‘지역혁신’을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즉, 중앙은 기본과 품질을, 지방은 실행과 혁신을 담당하는 이원적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초광역 단위의 초광역교육청-예를 들면 부울경 광역교육청-의 신설도 검토하는 것이 어떨까? 이렇게 유·초·중·고·대학, 나아가 직업·평생교육까지 지역교육청 내지 초광역교육청이 통합 관리할 때, 고교-대학·전문대학-지역기업 취업-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사립대학과 전문대학에 대한 권한의 지방 이관은 정책 연속성과 재정 유연성, 지역산업 연계 측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동시에 교육청의 역량 강화, 대학 자율성 보장, 지역 간 재정격차 해소, 국가적 교육 품질관리 체계 유지가 병행되어야 한다.
해외사례도 시사점을 준다. 독일은 주(州)가 대학을 관할하되 연방이 연구재정을 지원하고, 미국은 주정부가 공립대를 책임지고 연방은 학자금과 연구비를 보조한다. 영국은 독립 규제기관을 통해 품질과 성과를 관리한다. 우리도 “중앙은 기본과 품질을, 지역(지방)은 맞춤과 실행을”이라는 원칙으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교부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면 향후 매년 25조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저출산·저성장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교육재정을 효율적으로 쓰지 않는 것은 곧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방기다. 교육재정이라는 옷은 이미 아이의 몸에 맞지 않는다. 이제는 현실에 맞는 새로운 옷으로 다시 지어 입혀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재정 개편은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민 모두의 권리이자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공익의 문제다. “공익이 최고의 법이다”라는 ‘자원 배분과 정책 결정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익을 위한 교육개혁이야말로 헌법이 요구하는 책무이자,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교육국가로 나아가는 길이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교육기본권이 온전히 보장되고, 지역대학과 청년, 그리고 국가의 미래가 살아날 것이다.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대학혁신지원사업단장·RISE 사업단장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